좋은 일 혹은 노동이란 무엇일까? 『굿 워크』 독후감과 서평사이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의 ‘굿 워크(GOOD WORK, 박혜경 옮김, 느린 걸음 펴냄)’은 일 혹은 노동에 대해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강연서입니다. 당연히 저에게 읽고 이해하기가 힘든 책이었습니다.


우리는 노동의 세 가지 목적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하고 유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는 선한 청지기처럼 신이 주신 재능을 잘 발휘하여 타고난 각자의 재능을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셋째는 태생적인 자기중심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협력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가지 차원에서의 이런 역할을 통해 노동은 인간 삶의 중심이 됩니다.

- p18 ‘프롤로그’에서


‘일’이라... 저는 태어나면서 쭉 학교나 자격증을 통한 공부, 직장을 얻으면서 한 일을 하면서 ‘지겹지만 해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외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에게 일종의 ‘노동학개론’이랄까요? 한번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읽고 1~9장까지 파트별로 간단히 분석해보았습니다.


1장 한 세기의 종말 앞에서

우리 삶에서 없어선 안 될 자원인 석유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슈마허는 석유를 가격이 비쌀 정도로 귀한 자원이 될 거라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값싼 자원이었던 시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알아보았습니다.


세계 역사상 값싼 석유가 그토록 남아돌던 전대미문의 그 짧은 기간 동안 결과적으로 대량의 저가 석유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결과적으로 어떤 식의 경제생활이 형성되었는가? 대량의 저가 석유의 직접적 결과로 가능했던 모든 것이 이제 그런 경제적 토대가 점차 후퇴하면서 붕괴되거나 사라질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 p38에서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고도로 복잡하고 자본집약적인 대량생산방식 대신에 소규모로도 가능하고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생산방식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또한 막대한 자본축적 없이도 가능한 단순한 기술방식을 찾아내도록 애써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생활양식도 달라질 것입니다.

- p46~47에서


2장 산업사회의 4대 죄악

우리나라를 포함해 지구에서 잘 산다고 하는 나라들은 모두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들도 뒤늦게 산업사회에 진입했고요. 하지만 산업사회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슈마허는 주장합니다.


현대 산업주의의 근본 목표는 노동을 만족스럽게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있습니다. 산업주의가 이룩한 가장 뿌듯한 업적은 노동시간을 절약한 것이며, 이로 인해 노동은 달갑지 않은 것으로 낙인찍히게 되었습니다. 달갑지 않은 일을 하면서 자부심을 느낄 수는 없기에 노동자들의 삶은 품위 없는 삶이 되었습니다.

- p58에서


현실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산업사회는 앞으로 급격히 바뀌지 않는 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고 봅니다. 지금 산업사회는 끝없는 성장을 목표로 추구하기에 파국이 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파국이란 말은 복음서의 관점에서 볼 때 산업사회가 추구하는 끝없는 성장이라는 목표에 실패하게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개별적으로는 이 괴물 같은 개발이 던진 엄청난 시험문제를 모두 잘 풀어 승자로 부상하게 될 것이기에 파국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 p67에서


3장 거대기술의 노예가 되어

잘 사는 나라들이 개발한 거대기술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했지만 동시에 우리가 이전에 쓰던 지혜를 잊어버리면서 거대기술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슈마허는 대도시와 소도시 그리고 농촌의 격차가 늘어나게 된 원인으로 거대기술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만일 자본주의 체제가 기술을 만들어냈다면 이 기술이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하고 착취하고, 계급 지향적이며 비민주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나아가 반생태적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기술이라는 징표를 태어날 때부터 달고 나왔을 리 없습니다.

- p79에서


현대기술이 인간의 정착형태에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지만 아직까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략)

사실 중요한 것은 도시화의 비율이 아닌 도시화의 형태입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물론 도시도 필요하지만 농촌에서 나오는 식량이나 원자재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도시와 농촌 양쪽에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농촌 지역과 가까운 인근지역에 도시가 있어서 사람들이 하루 동안에 서로 방문할 수 있는 형태가 도시화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 p86에서


4장 복잡하게 만드는 바보, 단순하게 만드는 천재

슈마허는 우리가 할 일로 어디선가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는 점을 깨닫는 거라고 4장 첫 부분에 얘기했습니다. 네 가지 흐름이 이를 부추겼다고 얘기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헐값이던 화석연료 덕분에 기술은 네 가지 방향에서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먼저, 모든 것이 점점 더 커지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두 번째는 물건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드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세 번째 흐름은 앞선 두 가지와 연결됩니다. 생산에 드는 자본비용이 점차 증가하면서 실제로 무슨 일을 하려면 그에 앞서 먼저 부자거나 세력가가 되어야 합니다.

기술 발전의 네 번째 흐름은 기술의 폭력성입니다. 폭력을 인간들 사이의 전쟁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보면 생태주의자들의 주장대로 인간이 자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폭력적인 태도가 계속 증가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p95~99 단락 앞부분 발췌


더 작게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물론 모든 물건을 다 그렇게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에게 필요한 기본물품들은 가능합니다.

둘째로 많은 물건이 더욱 간단한 방법으로 생산될 수 있습니다.

셋째로 거대한 자본이 필요한 기술은 보통사람들을 소외시키려는 원리에 충실하기 때문에 정의나 평등과는 전적으로 양립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사람들은 물건을 좀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찾게 될 것입니다.

넷째로 비폭력적인 방향에서 살펴봅시다. 여기서 ‘비폭력’이란 자연체계를 강제로 거스르지 않고 생태적 원리들을 존중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노동하는 생산양식을 말합니다.

- p100~103 단락 앞부분 발췌


5장 좋은 경영을 위한 안내

시스템이 바뀌면 모든 게 해결될까요?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고 하면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 지 생각해보도록 슈마허는 조언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변화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간디는 “사람들은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는 그런 완벽한 시스템을 찾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완벽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조직이건 조직 내부에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조직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 p125에서


우리는 소위 ‘자기부정의 법령’을 몇 가지 정했습니다. 그 법령 중 하나는 퀘이커교에서 나왔는데 우리가 만든 상품이 무기로 사용된다는 증거가 나오는 즉시 상품을 팔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법령은 이사회가 아닌 일종의 직원 의회가 주권 단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중략)

세 번째 법령은 회사에서 주는 최고 봉급액과 최저 봉급액 간의 차액을 최대 얼마로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입니다,

(중략)

네 번째 법령은 400명 이상의 규모를 성장하지 않기로 정하는 것입니다.

(중략)

자연에서는 세포 하나가 계속해서 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장의 압박이 커지자 회사를 세 개로 나누어 안전한 독립적으로 운영했습니다.

- p133~135 앞부분 발췌


6장 작지만 위대한 실험, 중간기술

‘중간기술’? 이 책대로 하면 개발도상국이 잘사는 나라처럼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쓸 수 있게끔 하는 기술입니다. 최소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만들자고 슈마허는 제안하고 있지요.


지금까지 우리가 개발한 많은 기술은 자본을 절약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본절약형 기술들이기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지만 상당 부분은 지나치게 노동집약형 기술이어서 일을 너무 많이 해야 했습니다.

- p160에서


7장 작은 일터가 즐거움을 만든다

덩치가 크고 복잡한 일터가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슈마허는 이를 부정하면서 적은 돈으로 얼마든지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매우 적은 자본으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중간 기술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적은 자본으로도 많은 자본을 들인 경우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 p180에서


8장 일의 즐거움이 없다면 삶의 즐거움도 없다

좋은 노동은 어떤 걸까요? 좋은 교육은 어떤 걸까요? 이 책대로 하면 인간 그리고 삶에 대한 원초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게 우선일 것입니다. 슈마허는 조상들이 어떤 지혜를 가지고 있는 지를 이해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상들은 무엇이 좋은 노동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상들을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숭배하느라 일생을 보낸 불쌍한 몽상가들이라고 늘 하던 대로 경멸하기만 한다면 조상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중략)

좋은 노동을 위한 교육은 전통적 지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여기서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도달해야 할 목표와 거기에 이르는 길이 나타가게 됩니다.

- p199~200에서


9장 그대가 바로 우주이다

양적으로 성장하기만 하면 삶이 나아질까요? 슈마허는 양에 대한 허상을 벗고 질의 성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이 좋은지를 결정하여 좋은 것은 잘 자라도록 최선을 다하고, 마찬가지로 무엇이 나쁜지를 결정하여 나쁜 것은 줄여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두 과정을 합산하여 전체적으로 커졌는지 작아졌는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바로 삶의 질이기 때문입니다.

- p207에서


인류가 남긴 모든 전통문화는 공통적으로 숫자로 따지는 일에 큰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성경에 대해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성경의 역대기와 열왕기 두 곳에도 이런 적대감이 나와 있습니다. 인구조사를 최초로 했던 사람은 다윗 왕이었는데, 인구조사를 행한 행동은 하느님을 크게 진노케 했습니다. 하느님은 다윗에게 형벌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게 했습니다. 그러자 다윗은 말했습니다. “예, 맞습니다. 저도 제가 죄를 지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옛 유대인들은 매우 자유롭게 논쟁을 펼치곤 했습니다. 다윗 왕은 즉시 인구조사를 한 행동이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이해했습니다.

그것은 수치 단위로 셀 수 없는 인간을 마치 수치 단위처럼 취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은 신이 만드신 우주이기 때문입니다.

- p234~235에서


이 책은 노동과 삶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책으로 느껴집니다. 다양한 사례와 문제를 제시하면서 읽는 사람이 고민하도록 만들기 때문이죠.


한번 읽기에 어렵지만, 조금씩 천천히 자주 읽어야 이해할 수 있을 ‘굿 워크’, 이 책에 있는 대로 세상이 나아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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