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38) - 노동운동 기피증 : 노동자는 침묵해야 하는가? 세상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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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꿈꾸는 만년필’ 미션 글이었던 ‘왜 지금의 대한민국 자본은 전태일을 멀리하게 되었나?’에 일부 내용을 추가·수정하였습니다.)


며칠 전 나는 예전에 읽었던 ‘전태일 평전’을 다시 읽어보면서 관련 자료를 찾다 이런 기사들을 발견했다.


이마트 사측은 2011년 9월 민주노총에서 매년 발간하는 '노동자 권리 찾기 안내수첩'이 이마트 경북 구미점에서 발견되자 사무실 전체를 수색하기도 했다. 이 수첩에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산재보험법 등의 노동법률 상식이 포함됐다. 이마트는 이 책자를 불법 유인물로 규정하고 전국 이마트 매장의 점장들에게 "불법 유인물 및 책자 발견 시 즉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마트가 '불온서적'으로 규정한 책자에는 <전태일 평전>도 포함돼 있었다. 이마트 측은 2010년 10월 경기도 부천점에서 협력사 창고를 뒤져 <전태일 평전>을 발견하고, 해당 협력업체 사장을 불러들인 뒤 책 주인을 색출하는 작업을 벌였다. 장 의원 측은 "책 주인을 끝내 발견하지 못하자 사측이 시식 코너에서 일하던 중년의 여성 노동자들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 프레시안, 2013.01.16. ‘이마트서 <전태일 평전>은 '불온도서'…인권은 없다’에서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직원 사찰과 노조 탄압 의혹을 빚고 있는 이마트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편지와 함께 <전태일 평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은 (1월) 31일 “저는 이번에 책을 소지하고 읽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어떤 근로자가 읽은 ‘전태일 평전’의 주인공인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라며 “제 오빠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마음 속 등불과 같은 분이고, 저 또한 오빠의 뜻을 이어가고자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적은 편지를 정 부회장에게 보냈다.

- 한겨레, 2013.02.01. ‘전순옥, 이마트 정용진에 ‘전태일 평전’ 보내며…’에서


이날 전순옥 의원은 <오마이뉴스>에서 처음 제기했던 이마트 노무 관리 문제도 거론했다. 전 의원은 "전태일 평전을 소지했다 해서 이마트 계약직 노동자 3명이 해직당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당했다"며 "증인에게 전태일 평전을 보냈는데 읽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유감스럽게 아직 읽지는 못했다"면서 "그 책이 불온서적으로 분류돼 노동자가 해직된 것은 확실히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해직된 노동자들이 지금은 복직돼 일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오마이뉴스, 2013.11.02. ‘정용진 "<전태일 평전> 소지 이마트 노동자 해직은 잘못"’에서


이 사건으로 ‘전태일 평전’이 다시 회자될 때쯤 또 다른 소식을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상장이 수여돼온 ‘전태일청소년문학상’과 ‘근로자문화예술제’ 중 문학 부문이 문화부의 내부 기준 변경으로 올해 수여 대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부는 특히 이들 행사 주관 단체에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행정자치부에, 근로자문화예술제 문학 부문은 고용노동부에 관련 상장을 신청하라”고 말해 문화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 경향신문, 2015.1.27. ‘‘전태일청소년문학상’ 걷어찬 문화부’에서


‘전태일’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을 접하니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왜 전태일 같은 노동운동가나 노동운동을 금기시하는가?’


우리나라는 대기업 창업자나 경제 성장을 이끈 정치인을 높게 쳐준다. 심지어 어린이 책을 살펴봐도 그들에 대한 책들이 많다. 왜일까? 노동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회주의를 신봉했던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자연스레 자본주의, 반공주의를 신봉하기 때문이다. 창업자나 경제 관련 정치인을 높게 쳐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당연히 노동운동은 ‘빨갱이’라 일컫는 좌익 운동권이나 외부세력이 주도하는 운동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즉, 자본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노동운동은 사회주의 운동이며,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비약적인 논리 속에 돈과 정치적 이념으로 뭉친 기업인과 정치인이 있었다. 이렇게 뭉친 기득권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진영논리와 간접탄압을 통해 봉건주의 시대처럼 자기 밑에 굴종하도록 만든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도 기업이라 광고주에게 광고를 받아 수익을 얻기 때문에 광고주에게 수틀린 태도를 보였다간 문 닫기 딱 십상이다. 그래서 보도를 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들 때 광고주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광고주는 대부분  노동자의 노동을 통해 물건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다.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생산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당연히 노동운동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그런 만큼 기업과 언론도 광고와 수익 속에 뭉쳐있다.


하지만 전태일로 촉발된 노동운동과 그 역사는 우리나라 역사의 한 부분이며, 결코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


전태일에게는 참으로 바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나라였다. 약한 자도, 강한 자도, 가난한 자도, 부유한 자도, 귀한 자도, 천한 자도, 모든 구별이 없는 평등한 인간들의 ‘서로간의 사랑’이라는 참된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는 세상, ‘덩어리가 없기 때문에 부스러기가 존재할 수 없는’ 사회, ‘서로가 다 용해되어 있는 상태’, 그것을 그는 바랐다. 부유하고 강한 자들의 횡포 아래 탐욕과 이해관계로 얽힌 ‘불합리한 사회현실’의 덩어리 – 인간을 물질화 하는 ‘부한 환경’ - ‘생존경쟁이라는 이름의 없어도 될 악마’의 야만적인 질서, 그것이 분해되기를 그는 바랐다.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들이 그 잔혹한 채찍으로부터 구출되기를 그는 너무나도 절절하게 바랐다.

- 조영래, 전태일 평전, p284 5부 ‘1970년 11월 13일’에서


이처럼 전태일과 노동운동을 알리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모험에 가까운 편이다. 지금 전태일이 왜 몸을 던져야 했을 지를, 죽기 전 무슨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관심을 가질 사람은 드문 편이다. 근현대사를 통해 간단히 언급될 뿐, 대부분 생략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연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 아마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노동운동 기피증을 떨쳐내야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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