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에 담긴 유쾌한 글쓰기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독후감과 서평사이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 10점
안정효 지음/모멘토

  저자인 안정효 작가는 영문학과로 진학한 1961년부터 책읽기와 영어공부를 시작, 문학에 심취하면서 자신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많은 소설과 콩트를 쓰고, 책도 펴냈는데 이 중 한 권이 제가 소개하려는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모멘토 펴냄)입니다.

 

소설을 쓰면서 배경인물줄거리를 정하고, 이야기를 다듬는 과정을 자세히, 익숙하게 얘기하는 이 책은 작가 혹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p510)

글쓰기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은 자유에서 비롯한다. 어떤 자영업자라 해도 출퇴근 시간만큼은 꼭 지켜야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일을 한다. 돈에 대한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그처럼 행복한 직업과 인생은 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첫째 마당 - 단어에서 단락까지

둘째 마당 이름 짓기에서 인물 만들기까지

셋째 마당 줄거리 짜기에서 초벌 끝내기까지

넷째 마당 시작에서 퇴고까지

다섯째 마당 글쓰기 인생의 만보

 

책의 내용은 다섯 가지 마당으로 구성됩니다. 다 다루기 힘들어 일부만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마당 - 단어에서 단락까지

글쓰기의 기초인 단어~단락을 공부하는 장입니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단어와 단락을 살펴보고, 안되면 창조적 글짓기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기초가 중요하다는 걸 말하는 거죠.

 

(p20)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구상을 어떻게 하는지는 아직 아무에게도 물어보지 않아야 좋다. 여기에서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글을 쓰면서까지도 남더러 숙제를 대신 해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글쓰기를 하면서 습관이 되기 쉬운 장식적인 글쓰기를 경계하라고 조언합니다. 옛날에는 대중을 위해 구전서사로 이야기를 꾸몄지만, 개인 독자/대량 생산 시대의 요즘은 문장이 단순해져 겉치장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문장을 간결하면서 힘 있게 쓰라는 의미죠.

 

(p52)

문장의 지나친 장식은 한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동차에 싣고 다니던 화장지 덮개나 전화 씌우개 그리고 텔레비전 장식장이나 마찬가지로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둘째 마당 이름 짓기에서 인물 만들기까지

 

소설이나 극대본을 쓸 때 익혀야 할 기술입니다. 저자는 기술과 과정을 설명하면서 재미있게 썼습니다. 일부를 가져올까요?

 

(p129)

글은 읽히기 위해서 분투하고, 제목은 눈길을 끌기 위해 분투한다.

(p199)

작가 지망생들이 흔히 생각하듯, 갑자기 무슨 대단한 영감을 받아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다음 책상 앞에 앉으면 밤낮으로 손끝에서 글이 줄줄 흘러 나오는 그런 기적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긴 글쓰기란, 집을 지을 때처럼 설계도를 만들고 기초를 닦은 다음, 땅을 밑으로 파고 들어가 지하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작업이다.

 

이건 뭔가요? 인물 만들고 이름 짓는 것도 머리를 차근차근 써야 된다는 거죠?

 

마지막 장인 인물의 해석과 발췌는 저자가 초고를 만들던 2005년 당시 황우석 박사 사태를 다뤘는데 실화를 작품으로 옮길 때 유의 사항을 다뤘지요. 저는 거기서 영화 제보자가 떠올랐습니다. 저도 보지 못했지만 저자가 그 영화를 봤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하는 조그만 상상을 했습니다.

 

셋째 마당 줄거리 짜기에서 초벌 끝내기까지

 

이번 마당은 소설쓰기에 대한 전문지식과 기법을 다룹니다. 저자 스스로 이론가의 견해를 수용한다고 언급했으니 말 다한 거죠?

 

(p221)

시간과 공간이 제한된 단편소설에서는 대부분 상황이 몇 시간이나 며칠로 끝나지만, 인물에 대한 작가의 이해는 총체적이고 완전해야 한다.

(중략)

훌륭한 단편소설은 필연적인 시작으로 시작되어,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필연적인 기승전결이 이루어지며, 설명과 묘사로 지면을 낭비하는 사치가 용납되지 않는다. 하나의 문장은 가급적이면 한 단어로 줄이고, 하나의 단락은 하나의 문장으로 줄이려는 습성이 단편 작가에게는 본능이 되어야 한다.

 

넷째 마당 시작에서 퇴고까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관심가질 부분이죠. 시작하면서 퇴고하기까지 순간순간 알아두어야 할 점, 삶의 중요함 등 쓸 만한 조언이 곳곳에 담겼습니다.

 

(p307)

어느 정도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면, 콩트나 수필 같은 조각글을 써달라는 청탁서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오는데, 바로 이런 때가 성공한 다음의 몸가짐과 작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시기다. 성공의 단맛에 도취되고 흥분하여 아까운 정보를 부스러기로 낭비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p317)

작가에게는 자신의 삶 자체가 밑천이다. 삶은 경험이요 교육이며, 훈련이고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마당 글쓰기 인생의 만보

 

이 책의 메인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한 독자의 취향, 문체, 주체와 철학 등을 다루고 있네요.

 

(p389)

돈이 안 되는 진지한 글쓰기는 그러나 대부분의 작가들이 가장 열심히 추구하는 차원의 소명이며, 힘든 도전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보람을 느끼게 한다.

(p392)

문학은 작가의 개인적인 세계를 반영하기 때문에 만인의 진리를 반영하려는 철학과는 달라서, 헤밍웨이의 세계가 노먼 메일러의 세계와 일치해야할 필요성을 독자는 요구하지 않으며, D.H. 로렌스나 헨리 밀러처럼 작가 개인의 삶과 경험이 그가 엮어낸 대부분의 작품에서 나름대로 일관성을 갖추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p481~482)

문체는 한 작가의 문학세계를 반영하고,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세계는 그가 글쓰기를 하는 문체의 꼴을 결정짓는다. 한 작품을 풀어나가는 서술의 개별적인 관점도 그 작품의 문체를 규정짓는 원인으로 작용하며, 역으로 특정한 문체는 그에 알맞은 서술관점을 결정한다. 또한 관점은 화자가 누구이냐에 따라 서술체를 결정하고, 서술을 진행하는 화법은 대화체를 통해서 인물 구성의 한 가지 중요한 요소를 이룬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곳곳에 그린 저자의 삽화는 미소를 짓게 하고, 흥미를 느끼게 해주죠. 저자가 소설가다보니 비록 소설 쓰기를 주제로 했지만 글을 쓰는 저도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흥미 있게 읽게 하는 교양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http://Blueman88.egloos.com2015-05-26T00:12:330.31010



덧글

  • 솔다 2015/05/29 23:13 # 답글

    개성 있는 목차와 분량에 책장에 진열만 했다가 습작하면서 보는 중인데요, 약간 아저씨 느낌이 나지만 굉장히 도움 주는 글쓰기 책같아요
  • Blueman 2015/05/29 23:19 #

    ㅎㅎ 아저씨 느낌이라..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어쨌든 보고 계신다니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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