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42) - 성냥갑 아파트와 십자가 세상과 나

그림입니다.<br/>원본 그림의 이름: 4336942_98af461c10_b.jpg<br/>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024pixel, 세로 768pixel


설 연휴, 친척들과 만난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파트는 1층을 먼저 만들어 놓고 위에 똑같은 모양으로 만든다.”


흘러 들은 거라 정확한지 알 수 없으나 아파트 모양이 똑같다는 얘기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도시는 죄다 성냥갑 투성이지?’


누가 한 말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도시를 위해서 내려다보면 성냥갑 집과 십자가 많이 보인다고 한다. 랜드마크가 있다 해도, 산이나 강, 바다가 보인다 해도 엄청난 성냥갑과 십자가에 묻히는 것이다.


멋이 없고 건물 모양이 똑같기만 한 우리나라 도시, 이대로 좋은 걸까?


5년 동안 독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오는 날 밤 나는 내부 순환 도로를 타고 연희동에서 구리까지 고가 도로를 달리며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수없이 많은 빨간 십자가들을 보았다. 교회의 십자가들이었다. 독일에 교회는 많지만 네온사인 십자가는 없기 때문에 그 광경이 매우 인상적이고 이색적인 풍경으로 내 눈에 비쳤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가 독일에 유학 가기 전에는 무심코 지나쳐 왔던 이 광경이 불현듯 거대하고 어두운 공동묘지를 연상시켰다. 유럽의 공동묘지들은 비석 대신 십자가들이 서 있기 때문에 이런 많은 십자가는 공동묘지에서나 볼 수 있어서 밤하늘의 수많은 붉은 십자가들을 바라보며 네온 십자가로 뒤덮인 공동묘지를 연상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 송강호(개척자들 부설 코메니우스학교장), '십자가로 뒤덮인 도시, 왜 공동묘지처럼 보였나'에서


"가격 상한선에 맞춰서 아파트를 지어야 하다 보니 창의적인 설계를 하고 싶어도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 사업을 활발히 펼치는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의 푸념이다. 미국 맨해튼, 영국 첼시 등 해외에는 세월이 흐를수록 고풍스러워지고 덩달아 가치가 올라가는 아파트가 많다. 내부 인테리어는 낡으면 새로 싹 고치는 경우가 많지만 건물 외관이나 골조는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지은 지 10년만 지나면 재건축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정부가 규제한 가격에 맞추다 보니 건설사가 싼 자재로 '성냥갑 아파트'를 짓게 되고, 이 때문에 낡으면 무조건 허물고 또 성냥갑 아파트를 짓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 매일경제, 2014.06.12. 기획특집 ‘성냥갑 아파트의 비극’에서


개성이 없고 돈만 생각할 것 같은 우리나라의 도시 모습, 이럴 땐 다양하고 자연과 어우러진 외국의 도시 풍경, 하다못해 근대 우리나라 도시 풍경이 부러울 때가 많다.


십자가야 우리나라 개신교를 위한 교회 수가 급증하면서 생긴거야 그렇다쳐도 겉에 장식만 덕지덕지 붙은 것같은 성냥갑 아파트를 바라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저 사람들이 좋아하는 구조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나마 요즘은 덜하다고 할까? 건물모양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파트 거주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과거의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로는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의 말, 세계일보, 2014.5.21. ‘"성냥갑 아파트는 가라"…평면 설계 차별화 경쟁’에서


자연, 과거의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 풍경을 자주 볼 수 있길 바래본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저작물 위젯 달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Blueman의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통계

번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