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 - 46. 하찮은 사람도 예술을 할 수 있을까? 세상과 나

한때 작가 등 예술인들이 지식인 대열에 끼인 적이 있었다. 특히 소수의 명망 있는 예술인은 한 시대의 대표 인물로 불리며, 작품 속 내용이나 주장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감명 받고 따를 정도였다.


민주화 시절 사실주의 소설은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바람직한 사회상에 대한 치열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거리로 나선 청년들의 손에 들린 소설은 단순한 문학 이상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이들 소설 중 상당수는 교과서에 박제돼 입시를 위한 분석 대상이 됐고 이제 대중은 소설에서 문제의식보다는 재미를 기대한다. 대형서점과 도서관의 인기 도서순위는 가볍고 자극적인 소설이 구가하는 인기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 서울대 대학신문, 2009.10.11. ‘‘근대문학’은 끝났는가’에서


“예술가는 지식인이에요. 역사상 모든 위대한 미술가들은 이론가였어요. 추사나 겸재가 그랬지요. 근대 이후에 어쩌다 화가가 그림쟁이가 됐지만, 그림은 원래 생각하는 매체예요. 과학자는 연구를 통해서, 화가는 그림을 통해서 생각을 하는 거예요.”

- 조선일보, 2007.06.09. “화가는 그림으로 생각하는 지식인이에요”에서 이우환 화가의 말


커다란 어려움이 드물 정도로 풍요로워진 지금, 우리가 읽고 볼거리가 많아지면서 예술인과 작품 수가 예전보다 늘어났다. 그리고 예술인이 될 수 있는 기회의 폭도 늘어나면서, 누구든지 재능이 있거나 꿈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작품을 내고 작가, 화가, 음악인 등의 타이틀을 가지기 쉬워졌다. 위상이 줄어들고, 저질 작품이 생길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만큼 뛰어난 재능이나 노력으로 유명해진 사람도 많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쯤 되면 이런 말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도, 저소득층도, 장애인도, 노년층도 예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무식하다, 하찮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민주주의가 전세계의 대세인 요즘 직업에 귀천이 없고, 배움에 차별이 없다지만 다수의 눈에는 어디까지나 가르쳐주어야 하거나 무시해야 할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도 예술인이 될 수 있다고? 먹고 살기도 바쁜이들이?


나는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하겠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데 예술쯤은 왜 못하겠는가?


폰팔이로 하루하루를 전전하던 팝페라 가수 폴 포츠(Paul Roberts Potts),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난 화가 김선 크리스틴(Christine Sun Kim)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이나 재능을 찾아 당당히 예술을 하는데, 무식하거나 어려운 환경에 있다는 이유로 하지도, 되지도 못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배우고, 깨닫고, 생각하며 표현을 할 수 있다면 적은 돈과 열악한 환경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목적과 의지가 따라준다면 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하찮은 이로 불리는 사람이 재능을 가지고, 예술을 하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비록 다른 이들과 시작이 달랐더라도, 꿈과 목표를 찾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다면 지금보다 더 인정을 받고, 나아가 편견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예술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평범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이 예술인이 되는 경우가 있었고, 할 수 있는 기회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재능과 꿈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예술인 자체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은 지금, 다수가 하찮다고 보는 이들이 예술이라는 꿈과 재능에 눈을 뜨고, 자신들의 생각을 작품에 투영할 수 있길 바란다. 그렇게 해서 자신들에게 씌워진 편견의 굴레를 던져 버리길 바란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저작물 위젯 달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Blueman의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통계

번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