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 - 54. 두 얼굴의 표현의 자유 세상과 나

그림입니다.<br/>원본 그림의 이름: 01010100501.20150511.000112571.02.jpg<br/>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40pixel, 세로 352pixel

* 사진출처 : 대구일보


11일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10시49분께 대구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에 서 있던 전동차에 그래피티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사월역에 도착했을 때 전동차 2량에는 분홍색과 녹색, 검은색으로 ‘보이지 않게 가려진’이란 의미의 영어단어 ‘블라인드’(Blind)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 대구일보, 2015.5.12, '대구 지하철 전동차 '낙서 피습'에서

잔혹 동시 논란을 빚은 ‘학원 가기 싫은 날’ 등 30여 편의 시가 담긴 시집 『솔로강아지』를 펴낸 이모(10)양이 입을 열었다.

(중략)

이양은 어머니의 동의를 받아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무서운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시는 시일 뿐인데 진짜라고 받아들인 어른들이 많아 잔인하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2015.5.11 ''잔혹동시' 논란 10세 소녀 "시는 시일 뿐인데 진짜로 여겨"'에서

표현, 특히 사회를 향한 표현이 입에 오르내린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맞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악용·남용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 지도 애매하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랄까? 구체적인 사항없이 만든 '표현의 자유', 양면성 있는 존재다.


충분한 표현을 보장하자는 쪽과 사회 질서 유지나 인권 보호가 우선인 쪽, 어디에 동의하는가?


국가인권위원회가 "대북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정부가 이를 단속하거나 저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중략)

이 의견에 찬성한 인권위원들은 "민간단체나 개인의 대북 전단 활동은 세계인권선언(UDHR) 및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며 "북한이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협박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개인의 행위를 제지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에 부응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뉴시스, 2015.2.10. '인권위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서


고려대학교 민주동우회는 19일 경찰이 박근혜 정부 비판전단 살포건에 대해 수사하는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권력을 위한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하며 중단을 촉구했다.

(중략)

이들은 "전단지를 배포할 수 있는 공화국 시민의 권리에 대해서는 100% 동의한다"며 "민주동우회 1000여 회원이 변 동우가 배포한 전단 내용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을지라도 정부를 비판한다"고 덧붙였다.

- 뉴시스, 2015.3.19. '고려대 민주동우회 "정부 비판전단 살포 수사 표현의 자유 침해"'에서

같은 전단 살포 행위라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판단이 갈린다. 왜 윗동네 독재정부를 비난하는 전단은 되고, 우리나라 정권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전단은 안 되나? 하나의 원칙에서 잣대가 두 개일만큼 판단이 제각각이다.


다시 맨 앞 사례로 돌아가자. 앞 사례는 무슨 의도로 지하철 차량에 그래피티를 했는지 모르지만, 무언가 표현하려는 게 보였다. 누군가는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처럼 평범한 무언가에 변화를 준다며 좋아하지만, 다른 이는 공공물을 훼손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훼손된 부분을 지우고,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라고 주장한다.

이모 양이 쓴 시집 『솔로강아지』는 어떤가? 이 양과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린이의 순수한 표현, 학업 등 많은 스트레스를 겪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같은 어린이가 봐도 잔혹하게 느낄 정도로 지나치고,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 잣대도 제각각이고 내용에 따라 판단도 갈리는데 제대로 보장한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무조건 옳다고 할 수 없다. 반사회적, 반인권적 표현물조차 표현의 자유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이렇게 엇갈리고 겉으로만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 그리고 이중성, 우리는 충분한 토론을 하고 있을까? 아니, 없었다. 있다해도 자주 접한 적이 없다. 왜 그럴까? 한 사회나 윤리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인데 말이다. 어쩌면 충분한 논의 없이 빠른 속도로 산업화·민주화를 이룬 탓일까?

지금이라도 제대로 토론해보자. 되도록 자주, 다양하게!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규정하고, 어떻게 판단하고 표현할지 공감대를 만들자. 어렵더라도 제대로 했다면 도움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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