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 - 55. 문학 읽을 시간이 없어? 세상과 나

그림입니다.<br/>원본 그림의 이름: 11374413_135572116789575_1099453876_n.jpg<br/>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080pixel, 세로 608pixel


시집을 낸 나는 주변 사람에게 알려 주고, 읽어 보라고 권한다. 평소 온·오프에서 알고 지낸 사이라 대부분 읽어 볼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봤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내용이 유명 시인보다 수준이 낮고, 보겠다는 게 립서비스라해도, 좋아해준 사람이 있지 않은가? 한 지인에게 물었다.


"저... 제가 낸 책 보겠다고 하셨는데 어땠나요?"

"아직 못 봤어요."

"제 책이 마음에 안 들었나요?"

"그게 아니라, 바빠서 책 사서 읽을 시간이 없어요."


바빠서, 돈이 없어서, 다 믿기 어렵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소설책도 교양책도 사거나 빌려 읽는 사람이 적은데, 시집은 오죽하겠는가? 책에 흥미를 느끼거나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 읽는 현실, 왜일까?


국내 대학 도서관의 도서대출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문학 관련 도서대출 비중은 감소한 반면 실용서적 비중은 증가해 대학생들의 스펙쌓기 돌입 현상을 반영했다.

(중략)

유기홍 의원은 "불확실한 미래, 취업 위주의 교육이 대학생들의 독서 식성마저 바꿔놓았다"면서 "취업과 스펙쌓기 현실에 지친 대학생들을 위한 교육부의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뉴스1, 2014.10.10. '[국감브리핑]"독서 여유없어" 대학도서관 도서대출 급감'에서

문학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다 보니, 신인 작가의 등용문 중 하나인 대학문학상도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 재학생으로 제한, 상금과 장르를 축소하는 일도 벌어졌다.(원대신문, 2014.11.16. <심층취재> 식어가는 대학문학상의 열기, 새로운 모색 필요해)


문학이란 무엇인가? 시, 소설, 극대본 등을 일컫는 분야 아닌가? 우리가 보고 듣고 즐기는 드라마,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도 다 문학을 깔고 시작한다. 옛날 혹은 요즘 세태, 실제로 보고 들은 걸 반영하거나, 삶과 정신세계를 표현하는데 문학이 제격이다. 흔한 노래 가사도 노래에 맞게 쓴 행과 연, 시적 표현이 있지 않은가? 학교에서 배운 국어나 문학 교과서만 봐도 문학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된 창조적 결정체

· 체험은 상상력의 작용에 의해 문학적으로 형상화 된다.

· 문학은 인생의 진실을 형상화한다. 따라서 진실된 허구이다.

- 이완근 이원준의 희망의 문학(사이트), '문학의 특성'에서


그런데도 사람들은 '관심이 없어서', '바빠서' 등으로 문학과 거리를 둔다.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시를 쓰는 나도 유명하다는 문학책을 찾아 읽지 않았다. 논리적이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담은 비문학을 자주 읽지만, 감성을 돋우고 표현력을 기르는 문학책은 읽기 망설였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내가 살면서 읽은 문학책은 얼마나 될까?


삶에 풍요가 생기면서 볼거리·즐길 거리가 늘어났다. 옛날엔 구전·기록된 이야기/시가 주된 문학이라면, 지금은 다양한 장르가 나오고, 드라마·게임 등에서 볼 정도로 폭이 넓어졌다. 이런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생각하고 음미할 기회가 줄어든다. 글을 읽거나 소리로 듣는다면 배경,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드라마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시각적 자극을 너무 추구하면, 단순하게 생각한다는 거다. 왜 양산형 판타지 소설·막장드라마가 인기를 끄는가? 빠른 시간에 이익과 인기를 얻으려는 작가, 제작진의 생각과 복잡한 걸 싫어하는 독자·시청자의 생각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왜 흔한 작품의 수요가 많을까? 또, 왜 작가들은 그런 판타지를 쓰려고 할까?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면 답이 나온다.


스토리는 꼬여 있어도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성공에 대한 관성을 꼽을 수 있다.

- 오마이뉴스, '통속극 전성기, 그 인기의 힘!'에서


어떤 화공이 제(齊)나라 임금을 위하여 그림을 그려주고 있었는데, 임금이 그에게 물었다.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무엇이 가장 어렵소?"

"개나 말 같은 게 가장 어렵습니다."

"그럼 무엇이 가장 그리기 쉽소?"

"귀신이나 도깨비 같은 게 가장 쉽습니다. 개나 말은 사람들이 잘 아는 것이고 아침 저녁으로 눈앞에 보이므로 그와 똑같이 그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귀신이나 도깨비는 형체가 없는 것이어서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리기 쉬운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것이 참으로 간단하다. 그야말로 평범한 것은 꾸미기 어렵지만 허황한 것들은 꾸미기가 쉽다. 그래서 사람들은 속이기도 잘하지만 속는 것도 잘 한다. 자신이 속는 것을 모르면서 속아넘어가기 때문에 속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영리하지만 동시에 우매한 것이 사람이다.

- 한비자(韓非者)의 외저설좌상편(外儲說左上篇) 중 '귀매최이(鬼魅最易) '(블로그 '붉은노을의 시사주절대기'에서 인용)


두 가지를 합쳐보면 자극 위주의 통속극과 양산형 판타지 소설은 현실과 다르니까 쉽게 쓸 수 있고, 독자·시청자가 이해하기 쉬워 성공할 수 있어 너도나도 뛰어든다. 거기다 삶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판타지로 풀려는 욕구가 곁들여지면 더 맞아 떨어진다. 이렇게 시각적 자극을 너무 추구하다보니, 자극이 적은 문학의 인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앞에서 말한 시간 등 여유가 부족한 것도 들 수 있다. 산업·정보 시대를 지나며 우리는 효율적, 합리적 계획을 세우며 일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심하다고 할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성과를 거둬야 하는 상황, 그럼에도 받는 돈이 적은 상황은 자연스레 삶에서 문학을 밀어낸다. 삶이 각박해져간다는 증거다.


다양한 요인을 살피면서 '문학도 이렇게 수요가 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신문도 시대가 변하면서 구독률이 떨어지는 대신 형태가 다양해지는 것처럼, 문학도 읽는 사람이 적은 대신, 다양하게 활용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시대가 변한 만큼, 문학도 변해야 한다. 이미 선택폭이 넓어졌고, 작가가 될 수 있는 길도 더 열렸다. 이제 우리가 선택하자. 작가는 문학에 다양한 주제를 접목시키며 질을 넓히고, 독자는 이들의 변화나 시도에 자주 관심 갖고 접하자. 말도 안 되는 혹은 뻔한 이론이지만, 조금이나마 변화할 수 있다면 다시 인기를 얻고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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