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 시즌 2 - 11. 글쓰기로 한 그루 나무를 가꾸자 세상과 나

그림입니다.<br/>원본 그림의 이름: forest-148727_1280.png<br/>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280pixel, 세로 978pixel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다. 내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보다 하던 일을 하며 희망을 갖자는 의미였다.


나무하니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제자에게 남긴 글 하나가 떠오른다.


사람에게 있어서 문장은 풀이나 나무로 보면 아름다운 꽃과 같다. (중략) 꽃을 급히 피어나게 할 수는 없다. 정성스러운 뜻과 바른 마음으로 그 뿌리를 북돋아주고, 독실하게 행하고 몸을 잘 닦듯이 줄기를 안정되게 해주어야 한다.

- '변지의라는 젊은이에게 권한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29쪽)에서


다산 선생이 제자에게, 독자에게 글을 잘 쓰는 걸 가르치면서 왜 나무에 빗대신 걸까?


가을에 조그만 나무를 키우면서 분갈이를 하자 흙의 겉 부분에 자주 곰팡이가 피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환기를 못 시켜 핀 건데 흙을 소독해보고, 화분바닥까지 구멍을 뚫고, 흙을 이리저리 휘저어가며 속에 남은 습기를 없애려 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다 전에 사 놓은 혼합 흙(거름이 들어감)으로 바꾸면서 깨달았다. 흙에 거름을 너무 많이 넣었던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무엇을 말하는가? 글의 주 내용이 줄기(뼈대)라면 뿌리는 생각, 단어와 문장은 잎과 꽃이다. 뿌리를 지탱하는 흙은 본래 글의 바탕이고 물, 공기, 거름은 바깥에서 가져온 소재다.

그동안 빨리 큰 나무로 키우려고 물과 거름을 이것저것 많이 넣어 흙을 망친 것처럼, 글을 잘 써서 빨리 인정받으려고 소재를 이것저것 많이 넣어 글의 바탕을 망치지 않았을까?


글을 잘 쓰려면 기본 글 실력과 기교, 지식과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책을 읽고 음악이나 영상 등 예술 작품을 접하고 바깥으로 나가는 건 소재를 구하고 생각을 키우기 위함이다. 이제 글이란 나무를 심으며 주제/바탕인 흙을 정하고 거름이 될 생각, 지식, 소재를 넣어야 한다. 이걸 어떻게 담냐고? 보이지 않은 화분으로 글을 얼마나 쓰고 담을지 정하면 된다.

바탕은 어느 정도 되는데 지식, 생각, 소재가 적으면 글이란 나무는 자라지 않고 시들며, 지식, 생각, 소재를 너무 많이 넣으면 위에 말한 대로 분잡하고 걸러낼 부분이 없어 글은 물론 주제에 모순이라는 곰팡이가 생긴다.


이제 이렇게 생각하며 글을 쓰자. 자신의 글을 담을 그릇(보이지 않는 화분)을 골라 바탕, 환경, 주제라는 흙을 담고 지식, 생각, 소재를 거름처럼 중간마다 넣는다. 다 채웠으면 글이란 나무를 심어 맺음 물을 주고 나면 모순됨 없이 쑥쑥 자라 튼튼해지고 적당한 시기에 열매를 맺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글쓰기는 하나다. 한 편의 글은 한 그루의 나무, 정성들여 가꾸며 과정을 느긋하게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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