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가을 막바지, 저 멀리 창가를 바라본다. 잿빛 하늘, 굵게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신나게 뛰어다니다 갑자기 내리던 비에 당황했던 어릴 적 그날,
학교를 가는 데 내리던 비에 옷과 가방이 젖는 것 때문에 비 내리는 날을 싫어했던 그날,
가을 막바지 여행길에 내리던 비에 파도와 찬바람을 마주하자 잠자던 감성이 깨어난 그날.
비 오는 날마다 머릿속에 희로애락이 가득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바라보니 어느 새 빗소리는 사라지고 햇빛과 무지개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아쉬웠지만 할 수 없다. 당장 기우제를 지내며 더 내려달라고 빌 수 없으니 말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창문을 살며시 열었다.
습기를 머금은 찬바람, 따뜻한 햇살이 열린 창문 틈새로 무리지어 들어왔다.
햇빛과 찬바람이 들어오니 방은 옛 정취가 묻어나는 신사의 방으로, 마시던 커피는 고급 원두로 만든 커피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저 너머에 심어둔 커피나무는 지금 안녕한가? 햇빛을 스친 푸른 나뭇잎이 반짝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이제 비와 햇빛사이를 마주하며 조그만 글을 남긴다.
'난 지금 하늘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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