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롱 또똣한 평화의 봄 칼럼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과 독일군은 기나긴 싸움으로 지쳐갔다. 그러다 1914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각자 부대에서 캐롤송을 부르며 조촐하게 행사를 치뤘는데 양측 병사들이 서로의 참호에서 캐롤송이 들림을 알게 되었다. 독일군이 참호 위로 촛불과 크리스마스 트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누군가가 참호 위로 올라갔지만 아무도 발포하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양측 병사들이 만나 선물을 주고 받고, 축구도 하는 등 하룻 동안의 정전이 이뤄졌다.

1971년 4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가 열린 일본 나고야에서 한 미국 선수가 중국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후 미국 선수단과 기자가 중국을 방문하면서 79년 정식 수교가 이뤄졌다.

크리스마스 정전과 핑퐁외교처럼 서로 싸우던 나라가 우연한 계기로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따뜻한 봄을 떠올렸다.

제주어에 '맨드롱 또똣'이란 표현이 있다. '매지근(더운 기운이 조금 있는) 따뜻'이라는 뜻(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  <전국 방언 말모이 - "맨드롱 또똣할 때 후루룩 들이쌉서" 무슨 말? 제주 방언!> 참고)인데 요즘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을 앞두고서인지 그렇게 느껴졌다.

역사에서 냉전과 해빙은 수시로 이어졌고, 길어지다가도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일이 많다. 꽃샘추위처럼 순간의 갈등과 긴장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맨도롱 또똣한 날씨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푸른 싹이 트고 꽃이 피는 평화로운 봄날을 맞이한다.

북한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나서면서 선발대의 방문, 남북한 단일팀 소식이 들려오자 '북한에게 이로운 짓', 평양올림픽'이라며 우려하거나 조롱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북한을 하나의 적이나 외국으로 여기다보니 곱지 않게 보였을 것이다.

물론 이번 계기가 남북화해 나아가 평화의 길로 간다고 확신하기에 이르다. 하지만 기나긴 냉전을 겪은 만큼 맨도롱 또똣한 나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도 뉴스에서 남북갈등처럼 나라간 갈등으로 시끄럽고 차가운 일이 많아 보이지만 깊게, 멀리 내다보면 봄의 씨앗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 그 씨앗이 해빙의 순간을 겪고 나면 싹을 틔워 평화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시간은 해빙을 향해 달려간다. 남북한 나아가 서로 대치하던 나라들이 잠시 무기와 막말을 내려놓고 대화를 나눌 시간이다. 증오의 얼음이 녹고 움츠렸던 몸을 펴 서로에게 달려와 포옹하는 순간을 보고 싶다.

* 제주 여행 첫 날에 갔던 카페 '봄날'에서 쓴 즉흥글에 평창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넣어 썼습니다, 글에서 언급했듯이 지금은 불안과 불만이 곳곳에 들리지만 이 기간을 전후로 서로 화해하고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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