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글쓰기를 희망한다 칼럼

오늘은 할 일이 없다

 

초등학생 때 나는 일기쓰기를 싫어했다. 특별한 일없이 정해진 시간대로 움직이는데 어떻게 보냈는지 적으라는 게 귀찮게 느껴졌다. 방과 후 글쓰기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종이에다 생각나는 걸 이리저리 낙서하고, 심지어 빼먹기도 했다. 그 정도로 글쓰기를 배우는 게 싫었던 내가 지금 글쓰기를 하고 있으니 세상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며칠 전 김정선이 쓴 소설의 첫 문장(유유 펴냄)에 나온 이 글을 보고 나만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들은 벌로 내개 글짓기를 시켰다.- 지그프리트 렌츠, 정서웅 옮김, 독일어 시간, 민음사, 2000

몽상을 즐기는 꼬마에겐 모두 벌이었다. 왜냐하면 글을 지어 쓰라는 요구는 바로 그 몽상에 질서를 부여하라는 요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고 듣고, 생각하고 배운 걸 일기, 작문, 논술, 논문, 보고서 등 남들이 요구하는 양식의 글로 질서정렬하게 쓰고 제출했다. 정해진 양과 구조를 지켜 쓰다 보니 읽다보면 딱딱하고 지루해진다. 반면, 블로그나 SNS 속 글은 자유롭고 재미있다. 의무와 질서가 없으니 짧고, 문법에 안 맞아도 상관없다. 생각과 감정을 의도와 목적에 맞게 쓰면 그만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강한 질서의 구현이 글쓰기로 흘러 들어오면서 틀에 맞는 글을 요구하니까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닐까?

 

글쓰기가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으로 떠오르고, 배우면 좋다는 걸 알지만, 틀을 강조하고 배우기도 겉핥기인 글쓰기를 보며 가끔 자유롭게 쓰고 배우게 숨통을 틔어주자는 생각이 든다.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게 도와주고, 표현하는 법을 깨닫게 한 뒤 최소한의 틀로 자유롭게 쓰도록 도와주면 글쓰기의 문턱이 지금보다 낮아진다.

 

배우고 표현하겠다면 지나친 틀을 부여하지 말자. 좋은 글은 자유로운 사고에서 나온다는 말을 되새긴다.

 

* 책을 읽다 두 페이지 글에 영감을 받아 썼는데 자유로운 교육과 최소한의 질서로 끝맺었습니다. 도중에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고민했고요. 누구나 하는 말을 길게 뻥튀기하는 스스로를 보며 의무적인 글쓰기의 폐해인가 생각하다 웃었습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저작물 위젯 달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Blueman의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통계

번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