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웅의 이중생활 잡동산이: Who is Blueman?

- 영웅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태어날때부터 영웅이며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고 또 하나는 평범한 사람과 같지만 위기에 처하면 영웅으로 변신해 모두를 구하는 사람. 우리는 그 중 후자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누구든지 영웅이고 싶어하면서도 그 모습을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으려는 심리때문이다. -
 
꿈을 꾸었다. 아주 또렷하게..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꿈속에서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것도 그 사람한테서 들은 적 없던 어렸을적 기억. 그 꿈속에는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아주 똘똘한 모습으로 발표도 잘하고 놀기도 잘 했다. 잠시 후 사진속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꽃, 석양, 학교운동장... 난 그 모습에 어리둥절했지만 곧바로 사진에 몰두하였다. 그러다 바깥소리에 꿈에서 깨어났다. 갓 뽑아낸 사진처럼 또렷하고 생생한 기억이었다. 순간 난 그 기억이 다른 기억들과 같이 묻혀지는게 싫었다. 책상에서 노트를 꺼내 그 기억들을 재빨리 적기 시작했다. 그리곤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뭔가 이룬듯이 아주 편안하게...
 
얼마나 지났을까?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난 급히 서둘러 밥을 뚝딱 해치우고 준비를 마친채 통근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 와중에 조간신문을 샀다.
북한이 경수로 자재를 빼돌렸다는 기사부터 우리 시의원수가 더 늘어난다는 기사까지.. 기사에선 전날인 29일에 했다고 하지만 신문에 적힌 날짜는 영락없는 30일자, 즉 오늘자 신문이다. 늘 조간을 보내며 일상을 시작하는 아침이었다.
그런데 신문을 보다 뭔가 심상치않은 기사를 보았다.
 
"'애플트리'라는 필명의 작가는 최근 '꿈나무기행'이란 소설로 넷상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중략) 그의 필체는 몽환적인 묘사에 현실적인 전개로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애플트리.. 그 필명을 보면서 피식 웃어지만 필명과 작품명을 보는 순간 얼굴이 불처럼 화끈거렸다. 이 묘한 기분은 대체 무얼까? 누구나 아는 영어단어지만 오늘은 다르게 느껴졌다. 뭔가 몰래 저지르고 나서 들킬까봐 조마조마하는 마음이랄까?
어느덧 버스가 회사 앞 정류장에 서자 얼른 내렸다.

-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이중성에 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사람들처럼 행동하지만 범행을 저지를땐 다른 모습을 지닌다. 마치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나 할까? -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게 평소와 달라보였다. 동물원의 원숭이를 바라보는 눈빛같기도 하고 대단한 사람을 우러러 보는 눈빛같기도 했다. 일을 하고 있어도 다 보고 있다는 느낌... 그 웃음소리들.. 퍼져만 가는 이야기..
그때 후배A가 나에게 다가왔다.
"선배, 혹시 애플트리라는 사람이 쓴 글읽어보셨어요?"
"아니. 왜?" 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 사람이 요새 인터넷에서 화제라 해서 아시는가 궁금해서요. 선배가 그런 쪽에 능통하시잖아요."
"그래? 한번 알아보지 뭐..."
그런 쪽에 능하다는 말은 늘 들어온 말이었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모른 척하고 처음 아는 사람인 것처럼 말했지만 뭔가 그 느낌을 지울려고 해도 지울 수가 없었다. 조회시간에도 어김없이 그 얘기가 나왔다.
사장님, 과장님, 그 외 등등 윗사람들은 그 애플트리라는 사람에 대해 얘기를 떠들어 대셨다. 순간 부장님께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네.. 혹시 애플트리라는 사람인가?"
순간 움찔했다... 내 얼굴은 뭔가 들킨 것같은 기분이었다. 그러자 부장님께선..
"하하하. 농담일세.. 그 사람이랑 자네랑 닮았길래 해본 소릴세.."
후~ 안도의 한숨이었다. 근데 그 사람이랑 내가 뭐가 닮았다는 거야? 나야 시나 소설에 관심이 많지만 애플트리처럼 적극적이고 당당하지는 않는 편이다. 현실과 사이버세계는 다르니까...
근무를 하면서도 도저히 그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인터넷으로 애플트리란 사람에 대해 찾아보았다. 첫 데뷔작부터 최근에 나온 '꿈나라기행'까지.. 읽어본 사람들의 평이 줄을 이었다... 대단하다는 사람부터 뭔가가 부족하다, 아마추어가 쓴 글치고 나은편이라 하는 사람까지...
그 중 한 사람의 평이 심상치않았다. 자연스레 거기에 마우스를 갖다댔다.
"그의 작품은 뭔지 모르게 어린아이의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같다. 일기라기엔 남달라 보이고 동화나 동시라 하기엔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의 일상이 작품 속 하나하나에 스며드는 것같다...."
이런 댓글도 있었다...
"글이 넘좋아염.."
"흠.. 일상을 담았다는데.. 상상력이 넘치시네요..."
보자 할말을 잃었다. 애플트리.. 나랑 닮은 구석이 있었다. 엉뚱해보이면서 생각이 깊은 모습.. 어렸을 적 나 자신을 보는 것같았다. 도플갱어라고나 할까? 여전히 그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고 있었다.
퇴근길에 누군가를 만났다. 내가 아는 그 사람.. 내 머리 속에서 언제부턴가 머물러있던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만나자마자 대뜸 꺼낸말이 '애플트리' 얘기였다.
"요즘 그 사람이 인기라더라.. 너도 아니? 상상력이 대단하던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회사에서.. 밖에서.. 머리 속에서 스치던 그 생각이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몰래 저지르고 모른척하다 어느 날 갑자기 들키는 기분..
"으..응..나도 잘 몰랐는데.. 한번 알아봐야겠네..."
난 이렇게 둘러대고는 헤어지자마자 얼른 뛰었다. 그리고 책자의 노트를 꺼냈다. 거기엔 수많은 글이 빽빽히 적혀있었다. 난 그 글을 읽어보았다.
"큰일이다.. 어떡하지? 내가.. 내가.. 벗은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나면 어떡하지? 난 이제 부끄러워 어떡하면 좋단말이냐?"
그 후 난 잠시 누우려다 라디오를 틀어보았다.
"'그 꿈속에는 항상 그 사람이 남아있었다. 지금쯤 그 사람은 뭘하고 있을까?' 애플트리란 사람이 쓴 소설의 한 구절입니다... 여러분은 마음 속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이 뭘하는지 궁금하신가요?"
픽 웃음이 나왔다. 역시 그 사람이구나... 그 글이 라디오에도 나오다니... 대단한가 보지.. 미소를 띄우며 누웠다.
순간 벨소리가 울렸다.. 모르는 사람이겠지 하며 모른척했는데 또 다시 벨소리가 울리고 그 사람의 번호가 뜨자 얼른 받았다...
"애플트리란 필명을 쓰시는 박찬희씨죠? 저 주간XX의 박신혜기자입니다. 시간되시면 만나서 인터뷰 좀 하실 수 있는지..."
헉!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나란 걸 어떻게 알았을까? 이러저리 둘러대며 전화를 끊었는데 초인종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구인가 싶어 문을 열었더니..
"XX일보의 이성진기자입니다. 애플트리님 맞으시죠? 실례가 안되시면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이럴수가? 우리 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단 말인가? 이건 하늘의 장난인가? 내가 유명인사가 된 것같은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나를 잡으러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곧 내가 누군지, 내가 현실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겠지.. 순간 몇시간 전에 보았던, 내 꿈속에 있었던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회사 사람들이 보였다.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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